심민경의 진지한 구석
여러 구석 중 그래도 진지한 구석이 제일 맘에 들어서
충동적으로 만든 뉴스레터 겸 블로그 이름을 뭐로 할까 하다가 자의식이 불쑥 튀어나와 본명을 앞에 두고, 진지하게 책을 기록한 인스타그램 계정명 일부를 가져오고, 진지함과 어울리는 '구석'이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조합해보니 제법 그럴싸해보여. 나중에 막 유튜브도 열고, 구독자 애칭이 막 구석이들 녀석이들 이렇게 되는 거 아니야? 앞으로 채널 이름도 심진구로 줄여 불리고. (망상)
너는 꿈이 뭐냐, 10년 후에 뭐가 되고 싶냐, 목표가 무어냐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말하면 막연하고 막막했다. 진짜 거창한 것을 이야기해야할 것 같아서, 사람들이 수긍하는 꿈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계속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오래오래 건강하게 하고 싶은데 이외 뚜렷하게 생각나는 것은 딱히 없다. 세계여행을 하는 것도 내 꿈은 아니고, 최연소 어쩌구 저쩌구로 승진하는 것도 그닥.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또한 그다지 흥미롭게 느껴지진 않는다.
아무튼 꿈이 이렇다 정해지진 않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뿌듯함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신나는 일을 회사에서 돈 받으면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건 바로 사람들의 진지한 구석을 알아차리거나 발굴하는 일이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 진지한 구석이 뭘까나. 늦여름 초가을 풀벌레 소리에 편의점 앞 드르륵칵 의자에 앉아 있다가 "있잖아 난 솔직히..." 나지막히 내밀함을 보이는 그런 순간. 가족이나 친한 친구 직장동료 앞에서는 멋쩍어 꺼내지 못하는, 굳이 그런 거 얘기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TMI...?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굳이 편의점 앞 드르륵칵 의자에 앉지 않아도, 나의 진지한 구석을 사랑해주고, 내 친구의 진지한 구석도 "응 그렇구나 나도 그래" 따숩게 포용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면 적어보는 첫 포스트. 얼마나 자주 글을 쓸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열어본다. 이렇게 쓰고 보니 나의 진지한 구석을 좋아라 해주는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벅차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