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 운전

요즘 나의 관심사는 수영과 운전. 수영 잘하는 사람, 운전 잘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진짜다.

먼저 수영 얘기. 수영은 물공포증 극복을 위해 20대 중반이 되어 처음 배우게 되었는데, 새벽 기상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선생님과의 궁합이 맞지 않아 그만뒀다. 여름 레저를 즐기는 사람도 아니었고, 수영을 대체할 운동도 많다고 생각했기에 수영 레슨은 내 배움 목록에서 이내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올해 9월쯤 대학 시절 친구들과 다녀온 제주 여행에서 나는 수영할 결심을 하게 된다.

여행 일정에 수영이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는데 이것들이 애초에 숙소를 정할 때 풀장이 근사한 곳을 골랐던 것. 바빠서 미처 확인하지 못한 내가 죄지. 갑자기 바다 수영을 가자네. 수영복도 안 챙겼는데. 함덕해수욕장 근처 편의점에서 산 싸구려 수영 팬츠에, 다용도 나이키 스포츠 브라를 매칭해 김녕 세기알 해변으로 가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파도를 기다렸다. 세상에 신나잖아. 나, 물 좋아하잖아! 그다음 날 저녁에는 숙소 풀장에서 사선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힘을 빼고 물속을 걸어 다니는데, 친구들은 수영할 수 있고, 나는 못한다는 것에 자극을 받아 그날 밤 정말 충동적으로 숨고 서비스를 통해 선생님을 구하고 수영 4:1 레슨을 등록했다. 오늘은 두 번째로 간 날이었고.

오늘 수영 레슨 끝 무렵, 선생님이 내게 물었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 편이죠?" 선생님이 하라면 하라는 대로 착실하게 해내는 내 모습이 선생님은 신기한 것 같다. 네, 맞습니다. 저는 모범생입니다. 두 바퀴 더 돌고 집으로 가라고 하셔서 킥판을 잡고 수영장 바닥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발차기 연마에 열중했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어 착실한 숨쉬기 외 다른 것은 생각나지 않아서 더더욱 수영 시간이 명상처럼 느껴진다. 이 좋은 것을 왜 이제서야 하게 된 거지. 물공포증이 무슨 말이래.

그다음 운전 얘기. 2011년 운전면허 시험 간소화 시절,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운전면허를 시행착오 없이 한 번에 통과한 후, 단 한 번도 운전석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 하하. 영국에서 운전할 일이 한 번쯤은 있을 줄 알았는데, 내 국제면허증은 애석하게도 클럽 출입용 신분증 외 달리 활용될 일이 없었다. 지난 제주도 여행에서도, 친구 둘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 어라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장롱 면허 탈출 결심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수영과 운전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지난 제주도 여행 마지막 밤에 하게 된 것. 정말 모양 빠지는 결심이다.

운전 선생님과 토, 일, 토, 일 - 총 네 번의 드라이브를 함께하고 이제는 짝꿍을 동승한 채 왕복 80km 운전도 해내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제주도에서 서울로 돌아온 게 9월 22일이니, 수영 레슨도 운전 연수도 한 달 이내 일어난 큰 이벤트라는 거.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화자찬했다. 제주도 여행이 트리거가 되긴 하지만 최근 읽었던 이옥선 작가의 <즐거운 어른>도 이런 결심에 기여를 한 것 같다. (수영도 운전도 잘 해내는 이옥선 작가님의 모습을 보니 더더욱) 자유롭고 유쾌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무의식 한편에 자리 잡다가, 제주도 여행을 함께한 친구들로 인한 자극 덕에 이 모든 게 거침없이 진행되었다는 게 웃기긴 하지만.

수영도 운전도 처음인 덕분에 초보 시절에 갖는 설렘을 오랜만에 만끽하는 중이다. 아직은 시야도 협소하고 운동 협응도 어색하다. 어제는 처음 일을 시작했던 2016년 5월 직장 시절 사진을 보다가, 마음이 이상해졌다. 그래, 나에게도 천둥벌거숭이 업무 초보 시절이 있었지. 마찬가지로 지금의 수영도 운전도 익숙해져서, 초보 시절이 언제 그랬냐는 듯 아득히 느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조급해할 필요가 없겠구나. 그나마 좀 노련한 구석이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게,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것 같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기꺼이 알을 깨고 나아가려는 나의 모습이 대견하고 기특해 보여. 자유롭고 유쾌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정말.